2021년 4월 29일 목요일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덕순. 시인, 강원도 평창출생)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 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로는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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