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덕순. 시인, 강원도 평창출생)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 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로는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