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2일 토요일

몽당연필 / (이해인) ​


   몽당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 없는 연필 한개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한 토막
왜 이리 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짤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
소박한 숙명을
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며
진실한 표현을 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너처럼 묵묵히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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